차는 약 1시간을 달리고나서 천천히 한 작은 사비탈에 멈춰섰다. 마음을 가다듬고 차창의 입김을 훔쳐낸 나는 면산의 입구, 성루처럼 생긴 산문과 문밖에 자리한 매표소를 내다 보았다. 그밖에는 어렴풋한 산의 육곽이 눈에 띄일 뿐 방금 보았던 뭇별은 산속에 숨어버렸는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딴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가이드가 입장권을 구입하였으므로 차는 다시 시동을 걸고 산문안으로 질주했다. 안전에 주의하십시오. 우리는 이미 산길에 들어섰습니다.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가이드의 말이 채 떨지기도 전에 동행 중의 누군가가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차가 급히 카브를 돌고 있었고 그녀는 방금 선잠이 들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싣고 차는 ֮자형의 길을 따라 산을 오르고있었고 굽인돌이마다에 볼록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기사는 굽인돌이 저쪽 상황을 제때에 파악할 수 있었다. 차는 갈수록 높이 오르고 차안도 점차 서늘해졌다. 보세요, 저기 면산의 야경입니다. 차가 또 한 굽이를 돌아들자 누군가 소리쳤고 사람들은 일제히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아닐세라 멀리에, 가까이에, 건물의 윤곽에, 산석위에 수많은 채색 등롱이 걸려 밤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또 얼마나 많은 산굽이를 돌았는지 가이드는 18굽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80굽이도 더되는 것 같았다. 18km의 산길을 근 40분을 들여서 지나온 후 우리의 차대는 서서히 산골짜기의 한 공지에 멈추어섰다. 골안에 고색이 찬연한 빈관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우리가 투숙하게 될 수이타오꺼우빈관이었다. 수이타오꺼우는 우리 면산길의 첫역으로 이곳의 자연경관이 제일 훌륭하다고 한다. 하루를 놀고나니 모두 피곤했던지 방을 배치하고나자 이내 조용해졌다. 잘 휴식함으로써 내일 산길을 무난히 걸을 수 있도록 준비함이었다. 요란한 노크소리에 꿈속에서 깨어나 보니 시계가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원래 이곳에서는 잠도 이토록 달게 잘 수 있었던 것이다. 접대원이 아침식사는 바깥 레스토랑에서 한다고 알려주었으나 빈관문을 나선 나는 눈앞의 경치에 그만 매혹되고 말았다. 어제 밤 차에서 내릴 때는 날이 어두워 자세히 볼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한눈에 안겨들었다. 빈관은 완전히 산봉에 둘러져 있어 하늘을 쳐다보면 마치 커다란 우물 테두리같아 문뜩 우물안의 개구리란 말이 떠올랐다. 산 위에는 소나무가 무성하고 산정에는 더욱 들쑥날쑥 바위들이 질서정연하여 마치 큰 산이 환영의 손길을 내뻗힌 듯 싶고 또 이 큰 산의 호위병마냥 충실하게 이 큰 산과 이곳의 사람들을 보위하고 있는 듯싶었다. 별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반달은 상기도 산의 움푹진 곳에 걸려있는데 온밤을 지키고도 어찌 조금도 피곤함이 없는 것일까? 산허리에 무엇인가 얼른거리는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선회하는데 즐겁게 펄럭이는 날개에 부드러운 아침햇살이 반사되어 정령같았다. 힘껏 지지개를 켜고 한껏 숨을 들이키고나니 맑고도 시원한 공기가 온몸에 스며들어 여간만 상쾌하지가 않았다. 신체의 모공이 죄다 숨을 쉬는 듯하여 몇차례 심호흡을 하고나자 마치 체내에 쌓였던 오물이 깡그리 사라진 듯 싶었다. 귓가에 울리는 은은하고 완만한 멜로디는 익숙한 반더루이 악대의 선경이었다. 멍하니 서서 돌아보고 듣고 숨쉬는 나는 전례없는 향수를 느끼게 되니 이야말로 선경이 아니겠는가! 이봐, 식사 안할테야? 동료가 불러서야 나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었고 접대원은 웃으며 나의 곁을 지나갔다. 그의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 나는 그가 이곳에 오래 거주한 때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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